면허를 딴 지 5년 되는 날, 제 운전면허증은 아직도 생일 때 받은 그대로였습니다. 완전히 종이 조각이었어요. 남편이 항상 운전을 해줬기 때문에 저는 운전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평일에는 회사도 대중교통으로 다녔고, 주말에는 남편이 차를 끌고 다녔거든요.
그런데 지난 3월에 회사 이사가 결정됐습니다. 새로운 사무실이 주차 공간이 많은 큰 빌딩이었거든요. 회사에서 개인 차량 사용을 적극 권장했습니다. '주차 공간도 충분하고, 자유로운 시간에 올 수 있으니까'라는 이유였어요.
남편은 '좋은 기회야, 이번엔 진짜 운전해봐'라고 했습니다. 그의 말도 맞았어요. 언젠가는 내가 운전해야 할 날이 올 테니까요. 5년을 미루다니 정말 한심했습니다.
인터넷에서 운전연수를 찾아봤습니다. 하남 근처에서 운전연수 업체를 검색했더니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특히 자차운전연수가 가격 대비 효율이 좋다는 리뷰들이 많았어요. 저는 자기 차로 배우는 게 훨씬 현실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하남 덕풍동에 사는데, 근처 업체들을 여러 곳 비교해봤습니다. 3일 코스가 보통 35만원에서 40만원대였어요. 저는 4일 코스로 결정했는데, 가격은 44만원이었습니다. 내돈내산이라고 생각하고 과감하게 결제했어요.

수업 시작 전날 밤은 정말 잠을 못 잤습니다. 5년 동안 미뤄왔던 일을 드디어 시작한다는 생각에 두근거렸어요. 남편이 '넌 성격도 좋고 머리도 좋은데, 운전쯤이야 금방이야'라고 위로해줬지만 별로 위로가 안 되더라고요 ㅋㅋ.
1일차 아침 10시에 하남 덕풍동 집 앞에서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선생님은 40대 초반의 친근한 분이셨어요. 처음 인사를 나눌 때 '장롱면허분들 많이 봤어요.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라고 말씀하셔서 가슴이 놓였습니다.
첫 30분은 기본 자세와 미러 조정에 할애했습니다. 선생님이 '도로 주행하기 전에 이 기본부터 완벽해야 나중에 실수가 없어요'라고 하셨어요. 브레이크 페달의 위치, 액셀 페달의 세기, 핸들 잡는 방법까지 정말 세세하게 배웠습니다.
처음 운전대를 잡고 이면도로를 5분만 돌아도 손과 발이 떨렸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이 '처음이니까 떠는 게 당연해요. 지금 이 진동을 익숙하게 만드는 게 우리의 첫 과제예요'라고 하셔서 계속 연습했어요.
2일차에는 왕복 4차선 도로로 나갔습니다. 신호등이 있는 교차로를 20개 정도 통과했어요. 처음엔 신호등이 떨어지는 게 무서워서 초록불이 떠도 한 박자 늦게 출발했습니다. 선생님이 '신호등이 떨어지면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출발해요. 뒤에 있는 차들이 기다려요'라고 하셨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건 좌회전이었습니다. 맞은편에서 오는 차를 판단하고, 동시에 자동차를 조종해야 했거든요. 선생님이 옆에서 계속 '여기서 기다려요', '지금 가면 돼요'라고 지시해주셨어요. 50번은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3일차는 새로 이사 갈 사무실이 있는 강남 건물로 가서 지하주차장에서 주차 연습을 했습니다. 지하주차장은 정말 무서웠어요 ㅠㅠ. 천장이 낮아 보였고, 사이드 거리도 좁아 보였거든요. 선생님이 '사이드미러를 자주 보세요. 귀퉁이가 부딪혀도 차가 부서지진 않아요'라고 했지만 자신감이 안 섰습니다.
처음 시도할 때 벽에서 10cm 떨어진 곳에서 멈춰버렸습니다. 다시 뺐다가 다시 들어갔어요. 3번째는 성공했지만 엔진이 꺼졌습니다 ㅋㅋ. 선생님이 '괜찮아요, 이 정도면 충분해. 내일 또 연습하면 돼요'라고 격려해주셨어요.
4일차 마지막 날은 최종 테스트였습니다. 새 사무실 위치까지 혼자 운전해서 가는 거였어요. 제가 길도 모르는데 내비게이션만 의지하고 가야 했거든요. 선생님이 '일반도로 → 진입도로 → 지하주차장 진입 순서로 하면 돼요. 차 밖에서 제가 지켜볼게요'라고 하셨습니다.
정말 떨렸어요. 혼자 운전하는 느낌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하지만 신호등을 잘 보고, 미러도 자주 보고, 천천히 진입했어요. 지하주차장 입구에 도착했을 때 선생님이 저를 반겨줬습니다. '축하합니다. 이제 혼자 다니실 수 있어요'라고 하셨어요.
4일 코스 비용은 44만원이었습니다. 처음엔 많은 돈이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제 인생의 질이 완전히 바뀔 거라 생각하면 정말 저렴한 투자입니다. 아이가 있다면 이 정도 비용은 기꺼이 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매일 혼자 회사에 갑니다. 지하주차장도 더 이상 무섭지 않아요. 오히려 시간이 자유로워져서 점심시간에 갈 수 있는 곳이 많아졌습니다. 5년 미룬 걸 후회해본 적이 없습니다. 이제 정말 성인이 된 기분이에요. 결정을 내려주고, 응원해준 남편에게도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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